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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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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Diary 2009/08/05 13:59

고귀한 발톱이시다


"난 말이야. 이천오백만 년 전, 어떤 마녀의 시중을 들었었다."

놈은 고개를 돌려 창 밖을 쳐다보며 말했다.

"마녀는 정말 악독한 자였다. 찻물의 온도가 맞지 않으면 찻잔을 그대로 집어던지며 행패를 부렸지. 신경질적이어서 목소리 크기가 조금만 크거나 작아도 눈을 부라리며 짜증을 내고, 먼지가 눈에 띄면 하루세끼 밥을 쫄쫄 굶겼어. 나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마녀가 먹을 만찬을 준비했었지. 정말 힘들었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어. 마녀가 손톱 소제를 시키더군. 그날 아침도 목욕물이 너무 미지근하다면서 마녀가 내 빵을 창밖으로 집어던지는 바람에, 공복으로 마녀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손톱을 줄로 밀고 있는데, 허기들려 떨리는 손이 마녀의 길고 날카로운 손톱을 뚝 잘라버리고 만거야. 마녀의 손톱은 아주 볼품없이 변해버렸지. 마녀는 노발대발하고 내게 저주를 걸었다. '감히 내 손톱을 자르다니!'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땅에 손을 딛고 꼬리를 늘어뜨린 강아지가 되어 있었어! 정처없이 세월을 보내다보니 여기에 와서 벨라라는 이름을 받았지."

벨라는 지그시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 마녀의 얼굴이 널 똑닮았군. 아주 빼다박았어. 다시 태어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야."

놈은 눈을 치켜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그래서 난 널 보는 순간 다짐했다. 그대로 갚아주겠다. 내가 당했던 만큼 널 괴롭혀주마!"

벨라는 그렇게 말하고 내게 붙잡혔던 앞발을 몹시도 싸나웁게 뿌리쳤다!

"놔라! 내 발톱은 마녀의 손톱만큼이나 비싼 발톱이다! 함부로 자르지 말라긔!"

조심조심 털을 헤치고 발톱깎기를 들이밀던 나는, 벨라의 격렬한 몸부림에 못이겨 놓아주었다. 놓여나자마자 방구석으로 줄행랑을 친 벨라는 혀를 쭉 내밀고 의기양양한 듯이 웃고 있었다.

"아따- 고놈 참, 말도 되게 안듣는다."

나는 입맛을 쩍쩍 다시며 아쉽게 놈을 쳐다보았다. 고분고분하니 착하게 발 좀 내밀고 있으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나?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고 놀아준 은혜도 모르고, 제 발톱 좀 깎는다고 저리 쌩난리를 피우니. 쯧쯧. 고얀 짐승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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