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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Diary 2009/05/14 11:55기본적인 충성심
'엄마 쟤는 불쌍한 애에요. 패고싶은 그 마음을 내가 모르는 건 아니지만서두, 물론 저도 가끔은 쟬 패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래도 너무 때리지는 마요.' 하고, 엔언니의 어깨를 주물러주는 어머님을 말린다는 푸드리사마. 언니의 일기를 읽던 나는,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과 산 너머에 둥실 떠오른 태양을 묵묵히 바라보다 큰 한숨을 지으며 새 글쓰기를 클릭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평소에 생리통으로 아파서 끙끙대고 있으면, 신의 화타 편작의 환생을 주장하며 축축한 코 끝을 들이밀고 킁킁대며 내가 다 진찰해주겠다 내가 다 핥아서 치료해주겠다 지극정성으로 귀찮도록 달라붙는 벨라지만. 유감스럽게도 혼자 아플 때만 적용된다.
지난번에 장난친다고 바닥에 드러누워서 저리 가라느니 다 필요없다느니 발로 마구마구 동생을 걷어차고 밀어낸 적이 있었다. 킬킬거리며 얻어맞던 동생이 반격이라며 나를 걷어차기 (..이거 쓰다보니 좀 열받는데?) 시작했는데, 거실에서 언니 품 안에 얌전히 안겨있던 벨라가 폴짝 뛰어내려 안방으로 우다다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문간에 들어선 벨라의 표정은 미처 보지 못했지만, 대충 그 녀석의 눈은 겁나게 반짝거리고 검은 입술은 귀까지 쭉 찢어져 혀를 내밀고 씩 웃고 있었을 것이다. 놈은 그대로 동생에게 가세해 두 앞발로 내 명치를 가격했다. 명치를 맞고 숨이 막혀서 웁, 하고 웅크리는 내 주변을 둥글둥글 뛰어다니며 '옳지 잘한다, 옳지 잘한다. 나도 한 대! 옳지, 옳지!' 하고 동생의 밀어내기 공격 틈틈이 벨라슛 한 방씩을 추가로 더했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가 아니라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길래 너마저....
그래도 설마라는 게 있지 않은가. 나는 그저 우연이었겠지 설마 얘가, 하고 그 일을 옹졸하게 가슴 속에 묻어두고 있을 따름이었는데, 곧 진실을 알 수 있는 그 날이 왔다. 언제나처럼 사이좋게(!) 벨라랑 놀아준다고 허스키 인형을 서로에게 패스해가며 똥개훈련을 시키던 그 날. 허스키 인형을 물기 위해 한 마리 돚거처럼 뛰어오르는 벨라를 킬킬킬 비웃으며 작은언니는 잔뜩 신이 나서 허스키 인형을 내게 던졌다. 그러나 조준 미스, 제구 컨트롤 불가. 시속 156km의 속도로 내 면상을 향해 날아온 허스키 인형은 그대로 묵직한 충격을 안겨줬다. 빈볼에 맞은 나는 투수 퇴장을 선언하고 코를 감싸고 데굴데굴 굴렀다.
아이구 나죽네 나죽어.
이 기회에 한 몫 단단히 잡아 코 수술을 할 요량으로 목청을 높여가며 아이구 아이구 신음을 내뱉는데, 아이구! 이런 큰일이! 하고 달려든 벨라가, 내 밑에 깔린 허스키를 허겁지겁 빼내가 애지중지 핥아주기 시작했다. '저 무거운 것에 깔렸으니 얼마나 아팠을꼬. 세상에. 양심도 없는 작자로다.' 허스키 인형을 핥아주는 내내 나를 노려보고 엄준하게 꾸짖는 작태가 아주 무서웠다. 그러면서 작은언니한테 칭찬을 막 시작하는 거다. 뒷다리로 일어나 서서 앞발을 걸쳐놓고, '참 잘했다. 안그래도 쟤가 눈엣가시였는데, 네가 참 기특하다' 이러면서 작은언니를 마구 핥았다. 아픈 나는 이러고 누워있는데. 의기양양해진 작은언니는 "뭐라고? 잘했다고? 그치! 산책도 안시켜주는 못된 셋째언니는 맞아도 싸지?! 그렇지?" 하고 음핫핫핫 웃어젖혔다. 아주 둘이서 간드러졌다.
나는 그 이후, 내 강아지의 충성심은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푸드리사마는 말려주죠? 우리 개는 안그래요. ^^ 같이 때린답니다. 나는 그렇게 댓글을 달려다 문득 슬퍼져 그만두었다. 내 얼굴에 침뱉기나 다름없지 않냐고, 쓸쓸한 눈으로 먼산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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