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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졸라

전화번호부가 날아갔습니다. 휴대폰으로 문자 한통씩만 좀 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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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Diary 2009/06/02 00:54

난 그저 귀여웠을 뿐임

오늘은 벨라의 예방접종일.
대낮부터 병원에서 전화와서 주사 맞히라고 신신당부를 하시기에, 그러죠 뭐하고 신나게 집으로 달려와 놈을 끌고 앞장세웠다. 아무 것도 모르고 산책가는 거냐며 잔뜩 신이 난 벨라에게 다정스레 웃어주며 '넌 모르겠지. 우훗' 하고 되뇌는 이 짜릿한 기분은, 건강한 강아지 병원 좀 데려가본 사람 아니면 모른다. 애가 주사 맞으면서 잔뜩 겁에 질려서 발톱을 세우고 착 달라붙을 것을 생각하니 몹시 흐뭇하니 즐거워서, 나는 가자 얼른 가자 주사가 널 기다린다! 하고 놈을 독촉하며 걸었다.

또각또각 자박자박 또각또각 자박자박. 구두 굽소리와 벨라 발굽 아니 발소리가 보도를 사이좋게 두드리며 공원을 지나가던 그 때에, 어린애들이 재미나게 공차기를 하며 논다는게 '회오리슛'이 애꿎은 우리 쪽으로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회오리슛이라고 해봐야 바람빠진 축구공, 내 앞으로 날아오면 멋지게 걷어차줄 생각에 흘깃 쳐다보는데, 송벨라는 데굴데굴 굴러가는 저 공을 제 공이라 착각했다. 맨날 집에서 물고빨고핥아대는 완전소중 지 공이라 아주 단단히 착각했다.

그래서 놈은 달려갔음.
꼭 붙들었던 줄이 손아귀를 빠져나가고, 한 마리 비호처럼 달려나간 녀석이 톡 톡 튀어오르는 공의 바로 앞으로 다가갈 때까지 난 그저 외마디 비명밖에 지르지 못했다. 아! 그리고 일은 벌어졌지.

'깨갱!'

땅에 바운드되어 튀어오른 검은 축구공은, 사뿐하게 날아 벌처럼 벨라의 얼굴을 향해 떨어져내렸다. 아이고 어딜갔다 이제왔니 하고 즐겁게 달려갔던 벨라는, 그 운동신경 다 내팽겨두고 보기좋게 축구공에 얻어맞아 줄행랑을 쳤다. 우에에엥 엄마 쟤가 나 쳤어! 벨라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내 무릎 위로 기어올라 꼬옥 달라붙었다. 그치만 나는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눈물을 쳐흘리며 웃고 있었을 뿐이고.. 웃음을 그칠 수 없었을 뿐이고.. 오오 개객기.. 넌 어쩜 이리도 사랑스러우냐..

그 이후로 집에 있던 벨라의 구슬공은 찬밥이 되었음. 데굴데굴 굴러가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갖기로 작정한 듯. 좋은 현상이다, 그래도 바보는 아닌가봐. 우뜨켕 ㅋㅋ 귀여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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