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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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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Diary 2009/07/27 11:39

물 투정

청소기 밀다가 벨라의 급수기를 부숴버렸다. 도대체 어떻게 청소를 하면 급수기가 부러지냐? 난 그냥 뒷걸음질치면서 걸었을 뿐인데, 뒤에 서있던 급수기가 '어, 어, 어?' 하고 픽 쓰러지더니 '억!' 하고 물병걸이가 부서진 것이다. 임시방편으로 벨라가 목마르다고 할 때마다 대접에 물을 담아 먹이며 타박이란 타박은 혼자 다 듣고, 새 급수기를 주문했다. 지난번 급수기와 달라진 것은 크게 없지만, 조금 더 크기가 큰 대용량에 높이 조절도 가능해서 우린 다들 만족스럽게 살짝 삶아 소독을 하고 예전 급수기가 있던 자리에 살짝 밀어놓았다.

그런데 헐?

벨라가 새 급수기를 안쓰고 있다. 일부러 물이라곤 아예 주지 않고 목이 마르다고 할 때마다 급수기 앞으로 데려가 구슬을 굴리며 핥으면 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시켜 줘도, 아래 물그릇에 떨어진 물방울들만 몇번이고 핥을 뿐 좀처럼 급수기에 입을 안댄다. 애가 하도 급수기로 물을 마시지 않아 할 수 없이 대접에 물을 담아 내려놓으면 그 큰 물그릇이 물기 하나 남지 않을 정도로 싹싹 핥아마시니..

"이 급수기에 문제가 있는 건가."

우리는 급수기를 둘러싸고 앉아서 고민을 좀 했다. 급수기를 다시 삶은데다, 벨라 냄새를 묻히려고 허스키인형을 주둥이에 한참 비볐다가 갖다줘봤다. 그래도 두세번 핥는 시늉만 하고는 휙 돌아서서 가버린다. 그러다가 제가 목이 말라 못참겠다 싶으면 누워있거나 앉아있는 언니들의 무릎 위로 올라가 입술을 핥으면서 '나 물 좀 주세요. 물 좀 주세요, 헉헉' 하고 조른다.

"급수기에서 한 번 핥으면 입 안에 들어오는 양이 조막만하지만, 대접에 담아주면 많이 마실 수 있으니까 얘가 그걸 알아챈거지. 그래서 지금 우릴 자기 물 공급시녀로 부려먹으려는 거야." 큰언니는 그렇게 눈을 부라리며 급수기의 물을 마시지 못하겠냐고 벨라를 윽박질렀고, 작은언니는 기껏 산 급수기가 무용지물로 전락한 것에 실망했으며, 나는 책을 보다가도 벨라가 무릎을 타고 올라 '물그릇이 비었느니라, 채우러 가거라.' 하고 코끝을 들이밀고 킁킁대며 보챌 때마다 "캐쉐키 버릇을 고쳐주마" 하고 이글이글 일어나 물을 따박따박 떠다 바치고...

갑자기 왜 이러는 지는 모르겠지만, 물 투정을 한다. 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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