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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졸라

전화번호부가 날아갔습니다. 휴대폰으로 문자 한통씩만 좀 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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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Diary 2009/05/12 00:18

봄맞이 전신미용

지난 주 월요일, 벨라를 데리고 전신미용 원정길에 나섰다. 산책가는 줄 알고 겁나 좋아서 해맑게 뛰어가던 벨라. 늘 가는 그 길도 아니고, 이상한 길로 구불구불 걸어가는 나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난 언니만 믿는다능!" 하고 올려다보면서 헤실헤실 따라오던 녀석은, 횡단보도 건너편에 있는 애견샵을 보고 잉?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늘 가던 그 집이 아니었으니 고놈도 좀 긴가민가했을 것이다. 킁킁킁킁, 킁킁킁킁, 이 냄새는? 이 냄새는?! 어억!? 어엇!? 낮은 울타리를 둘러놓은 애견샵의 마당 한 쪽에서 네 다리로 버티고 서서 시러시러 안들어가 엉엉 울고 있는 녀석과 실랑이를 벌이는데, 안쪽에서 강아지들이 떠들썩하게 짖어대자 방문을 알아챈 주인이 예약하신 분이죠, 하고 웃으면서 마중까지 나온다. 그러니 어쩔 수 있나, 싫어도 들어가야지.
답싹 안겨 안으로 들어간 벨라의 옷가지와 하네스를 풀어주면서, 신신당부를 했다. 상처 안나게 잘 좀 부탁드려요. 가임기간일 수 있으니까 남자애랑 격리 좀 해주세요. 털 너무 바짝 깎으면 애가 부끄러워하니까 너무 바짝 깎지말고 적당히 좀 남겨주세요. 주문이 까다로워지자 주인의 웃는 얼굴이 ^^에서 ^^+가 되고, 난 뭐가 문제냐며 호탕하게 카드 먼저 긁어주고 나왔다.

그러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 와우를 설치하다가(...) 집으로 배달되어온 벨라를 상봉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어쩜 이렇게 이쁘게 깎았지! 지금까지 두 군데를 다녀봤는데 두군데 다 '바짝 깎는 거 밖에 안되요.' 하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서 벨라가 엄청 싫어하고 기죽는 거 알면서도 피부가 보일 정도로 바짝 밀었었는데, 이번 미용사는 "피부가 안보이도록 밀 수 있어요. 비용은 좀 더 들지만." 하고 말하더니 진짜 그렇게 해줬어. 보송보송한 털이 남아있는 벨라는 진짜 깜찍깜찍. 다들 엄청 이쁘다고 호들갑 떨면서 뽀뽀 세례를 퍼부으니까, 털 밀린 충격으로 시무룩해있던 벨라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거울을 좀 들여다봤다. 지가 생각해도 좀 이뻐보이는 모양인지, 예전엔 털 밀고 나면 구석에 처박혀서 '말걸지마 아무말도 하지마' 이글이글 포스만 내뿜고 있던 녀석이, 그래도 무릎 위로 올라 앉아서 '난 기분이 대략 좋지 않지만 니들이 그렇게 날 쓰다듬어주고 싶다면 쓰다듬을 수 있도록 해주지.' 하고 새침하게 도사리고 있는 모습이······. 좀 얄밉긴 했다. 내 알토란 같은 35,000원!

그래도 진짜 이쁘지 않나? 사진 화질이 구려서 안이쁘게 나왔는데 실제로 보면 꼴까닥 넘어간다. 진짜다. 내가 팔불출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능. 막 벨라 미용하고 데려와서 무릎 위에 앉혀놓고 급흥분해서 같이 마비노기 하던 사쿠언니한테 '우리 벨라 이번에 미용한 거 너무너무 이쁘다!' 하고 캐자랑에 자랑을 계속. 솔직히 자랑해도 될만한 미모 아닌가요.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 난 오늘도 우폭, 내일도 우폭.

ⓒ 피아졸라

미용 전

ⓒ 피아졸라

미용 후

애견샵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예전에 자주 다니던 애견샵이, 얼마 전에 내부 구조를 좀 바꾸고 크레이트 여러개를 들여놓고 24시간 애견'판매' 전문샵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살짝 눈살이 찌푸려지는 건,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그 버스정류장 사람들로부터 애들이 거의 노출되어 있다시피하다. 애견샵 옆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성견 그레이트 피레니즈는 하루 종일 벌떡 일어나 컹컹 짖고 있고, 정류장 바로 앞에 그냥 줄로만 묶여서 앉아있는 그레이트 피레니즈는 해탈상태, 그 옆에 층층이 쌓아올린 크레이트 안에서 대형견 어린 강아지들이 왔다갔다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당기는데, 연신 사람들이 휴대폰 꺼내서 찰칵찰칵 찢어대고 여자아이들은 몰려서 귀여워- 귀여워 비명 지르고 버스를 기다리던 꼬마아이들은 손가락을 철창 안으로 넣어서 애들을 쑤셔댄다. 그걸 보면서 '애들 스트레스 받을텐데 주의 안내문 하나 없냐' 면서 혀를 끌끌 차고 있었는데, 근처에 볼 일 있어 그 정류장에 내려 지나치다가 "2만원에 팝니다" 라는 벽보 아래, 4, 5개월 쯤 되어보이는 스피츠 세 마리가 크레이트에 웅크리고 있는 걸 보고 엉? 하고 다가가서 살펴보다가 상처 투성이인걸 보고 부글부글. 시장에서 '마리당 x원' 붙여놓고 도살을 기다리는 개를 본 것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내가 이런 곳에 우리 벨라를 맡길 수 있을 것 같냐면서, 혼자 속상해하면서 돌아왔다. 나도 여기선 이렇게 써도 정작 그 집은 그냥 지나치기만 하고 뭐라고 하기 어렵고.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면 좋을 것 같은데, 그게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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