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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Diary 2008/09/30 10:50전설을 시도하다
갑자기 날이 추워졌지만, 산책을 향한 벨라의 바램은 크고도 강했다. 큰언니 심부름으로 스타킹을 사러 옷을 갈아입는 내 옆에서 '어딜봐, 날봐!' 하고 빙빙 돌며 눈을 마주치려 애쓰던 녀석은, 시선을 피하는 나를 붙들고 '어떻게 네가 이럴 수 있어!' 하고 울부짖었다.
할 수 없이 겨울 잠바를 꺼내서 벨라에게 입히고, 하네스를 꺼내서 채워주고 방울목걸이를 달아주자, 무척 신이 났는 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현관 앞에서, 내가 간다 기다려라! 를 외치며 잔뜩 들뜬 얼굴이었다.
가끔 신이 나서 벨라 이야기를 하다보면, 무척 신기하다는 얼굴로 그 댁 강아지는 말도 하나요? 하고 물어오는 사람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그럴 때면 나도 무척 신기하다는 얼굴로 되묻는 것이 아니 그걸 모르나요? 하고. 강아지의 표정이나 목소리에 녀석의 표현이 그대로 실려있는 데 말이다. 하여간 그렇게 뚜렷하게 '나 좋아 죽겠슴메!' 하고 웃고 있는 벨라에게, 어이구 좋으냐~ ㅉㅉ 한번씩 혀를 차주며 수릉원으로 들어서, 잠깐이라도 뛰어놀라고 목줄을 끌러주었을 때,
마침내 벨라, 푸드리님의 뒤를 잇다:비둘기 전설이 시작되었다.
여느 때처럼 풍성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이리 뛰었다 저리 뛰었다 이 나비는 내 나비, 이 돌멩이는 내 돌멩이, 저 풀대가리도 내 풀대가리 하고 신이 나서 촐싹되던 벨라의 눈에 비둘기 한 마리가 들어온 것은 운명이었을 것이다. 집에서 사냥 놀이를 할 때처럼 벨라는 몸을 찰싹 낮추고 슬금슬금 걷기 시작했고, 나는 피식피식 웃으며 '으이구 바보야. 새 눈알이 180도로 돌아간다는데, 풀숲도 아닌 들판에서 네가 그런다고 안보이겠냐' 하고 마구 퉁박을 주고 있었다.
물론 열중한 벨라에게 내 목소리가 들릴 일도 없었지만, 새로부터 2미터 정도로 가까이 다가간 녀석은 기회를 노리는 듯 몸을 바싹 웅크렸다. ······이 때 미리 알았어야 했는데. 날짐승이 자기 부근에 개를 가까이 들인다는 거 자체가 뭐가 문제 있는 놈이라는 걸.
벨라는 어느 순간 도약했다. 갑자기 허연 털뭉치가 앞으로 달려들자, 넋놓고 있던 비둘기도 서둘로 뛰/기/ 시작했지만, 다들 알다시피 비둘기 뜀은 인간도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그 둘기녀석은. ······취해있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야 이 얼간아!”
나는 벨라에게 달려갔다. 벨라는 반쯤 혼이 나간 듯 둘기 녀석에게서 떨어져 내 품으로 파고 들었고, 둘기 녀석은 비틀비틀 거리며 종종 뛰더니 날다가 떨어지다 날다가 떨어지다를 반복하며 멀어져갔다.
“이놈아, 살아는 있냐?!”
나는 벨라를 붙들고 살폈다. 다행히 다친 구석은 없어보였지만, 살아있는 짐승을 앞발로 짓눌러본 게 처음인 벨라는 몹시 놀란 듯 했다. 이게 뭔가요, 이게 뭔가요. ······무심한 듯 시크한 척하지만, 사실 몹시 소심하고 순박한 시골 아가씨 벨라는 둘기녀석의 몸부림에 몹시 놀라 정신줄을 놓은 듯, 내 몸을 타고 올라 아예 목도리가 될 기세로 품에 파고 들었고, 나는 가능하면 둘기를 만진 벨라 앞발과 주둥이에 닿지 않으면서 놈을 제대로 붙들기 위해서 그 사람 많은 공원 한 가운데서 생쑈를 해야만 했다. 살펴보니, 둘기가 지그시 서있던 벤치 부근은 소줏잔과 새우깡 더미가 있었다. 누군가 공원 벤치에서 새우깡을 안주로 소주를 마신 모양인데, 치우지 않고 남은 소주를 새우깡에 들이붓고 간 모양이다. 그런데 그걸 둘기가 와서, 아이구 이게 왠 새우깡? 하면서 찹찹 드신 모양이지. 설마 그 한 마리만 먹었을까. 적어도 십수마리는 고주망태가 되어 수릉원에 널부러져 있을 듯 해서, 나는 아쉽게 산책 코스를 변경해서 저멀리 돌아가서 심부름을 완수했다.
집으로 돌아온 벨라는 혼이 나간 상태로 목욕하고 말리고 주둥이에 간식을 물려준 다음에야, 몹시 분하고 서글프고 화난다는 듯이 비통하게 울기 시작했다. 둘기놈이, 둘기놈이, 둘기놈이! 몹시 그렁그렁한 눈에는 최초 사냥이 실패한 것에 대한 분함과 아쉬움이 절절히 서려있었고 말이다. 둘기가 워낙 심하게 몸부림을 쳐서 그렇지 - 아니 어쩌면 그래서 더, 재미가 낫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벨라는 베란다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찌나 열의가 대단한지 소문이 퍼질 대로 퍼져서는, 창밖을 날아 지나가던 둘기가 흠칫, 하고는 '아니 니가 그 유명한!' 이러고 멀리 돌아가는 게 눈에 보일 지경이었다. 아주 대단했다.
나는 벨라를 씻기고 말리고 털갈이를 맞이해 샅샅이 빗기느라 파김치가 된 몸으로, 엔언니의 글을 검색했다. 나도 모르게 그래도 우리 벨라는 땅파서 묻지 않았잖아, 라는 말이 나왔다. 눈알에 흙이 묻은 참새를 파내는 엔언니의 심경은 느껴보지 못한 것이 다행인지, 아쉬움인지 나도 모를 한숨이었다.
할 수 없이 겨울 잠바를 꺼내서 벨라에게 입히고, 하네스를 꺼내서 채워주고 방울목걸이를 달아주자, 무척 신이 났는 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현관 앞에서, 내가 간다 기다려라! 를 외치며 잔뜩 들뜬 얼굴이었다.
가끔 신이 나서 벨라 이야기를 하다보면, 무척 신기하다는 얼굴로 그 댁 강아지는 말도 하나요? 하고 물어오는 사람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그럴 때면 나도 무척 신기하다는 얼굴로 되묻는 것이 아니 그걸 모르나요? 하고. 강아지의 표정이나 목소리에 녀석의 표현이 그대로 실려있는 데 말이다. 하여간 그렇게 뚜렷하게 '나 좋아 죽겠슴메!' 하고 웃고 있는 벨라에게, 어이구 좋으냐~ ㅉㅉ 한번씩 혀를 차주며 수릉원으로 들어서, 잠깐이라도 뛰어놀라고 목줄을 끌러주었을 때,
마침내 벨라, 푸드리님의 뒤를 잇다:비둘기 전설이 시작되었다.
여느 때처럼 풍성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이리 뛰었다 저리 뛰었다 이 나비는 내 나비, 이 돌멩이는 내 돌멩이, 저 풀대가리도 내 풀대가리 하고 신이 나서 촐싹되던 벨라의 눈에 비둘기 한 마리가 들어온 것은 운명이었을 것이다. 집에서 사냥 놀이를 할 때처럼 벨라는 몸을 찰싹 낮추고 슬금슬금 걷기 시작했고, 나는 피식피식 웃으며 '으이구 바보야. 새 눈알이 180도로 돌아간다는데, 풀숲도 아닌 들판에서 네가 그런다고 안보이겠냐' 하고 마구 퉁박을 주고 있었다.
물론 열중한 벨라에게 내 목소리가 들릴 일도 없었지만, 새로부터 2미터 정도로 가까이 다가간 녀석은 기회를 노리는 듯 몸을 바싹 웅크렸다. ······이 때 미리 알았어야 했는데. 날짐승이 자기 부근에 개를 가까이 들인다는 거 자체가 뭐가 문제 있는 놈이라는 걸.
벨라는 어느 순간 도약했다. 갑자기 허연 털뭉치가 앞으로 달려들자, 넋놓고 있던 비둘기도 서둘로 뛰/기/ 시작했지만, 다들 알다시피 비둘기 뜀은 인간도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그 둘기녀석은. ······취해있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야 이 얼간아!”
나는 벨라에게 달려갔다. 벨라는 반쯤 혼이 나간 듯 둘기 녀석에게서 떨어져 내 품으로 파고 들었고, 둘기 녀석은 비틀비틀 거리며 종종 뛰더니 날다가 떨어지다 날다가 떨어지다를 반복하며 멀어져갔다.
“이놈아, 살아는 있냐?!”
나는 벨라를 붙들고 살폈다. 다행히 다친 구석은 없어보였지만, 살아있는 짐승을 앞발로 짓눌러본 게 처음인 벨라는 몹시 놀란 듯 했다. 이게 뭔가요, 이게 뭔가요. ······무심한 듯 시크한 척하지만, 사실 몹시 소심하고 순박한 시골 아가씨 벨라는 둘기녀석의 몸부림에 몹시 놀라 정신줄을 놓은 듯, 내 몸을 타고 올라 아예 목도리가 될 기세로 품에 파고 들었고, 나는 가능하면 둘기를 만진 벨라 앞발과 주둥이에 닿지 않으면서 놈을 제대로 붙들기 위해서 그 사람 많은 공원 한 가운데서 생쑈를 해야만 했다. 살펴보니, 둘기가 지그시 서있던 벤치 부근은 소줏잔과 새우깡 더미가 있었다. 누군가 공원 벤치에서 새우깡을 안주로 소주를 마신 모양인데, 치우지 않고 남은 소주를 새우깡에 들이붓고 간 모양이다. 그런데 그걸 둘기가 와서, 아이구 이게 왠 새우깡? 하면서 찹찹 드신 모양이지. 설마 그 한 마리만 먹었을까. 적어도 십수마리는 고주망태가 되어 수릉원에 널부러져 있을 듯 해서, 나는 아쉽게 산책 코스를 변경해서 저멀리 돌아가서 심부름을 완수했다.
집으로 돌아온 벨라는 혼이 나간 상태로 목욕하고 말리고 주둥이에 간식을 물려준 다음에야, 몹시 분하고 서글프고 화난다는 듯이 비통하게 울기 시작했다. 둘기놈이, 둘기놈이, 둘기놈이! 몹시 그렁그렁한 눈에는 최초 사냥이 실패한 것에 대한 분함과 아쉬움이 절절히 서려있었고 말이다. 둘기가 워낙 심하게 몸부림을 쳐서 그렇지 - 아니 어쩌면 그래서 더, 재미가 낫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벨라는 베란다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찌나 열의가 대단한지 소문이 퍼질 대로 퍼져서는, 창밖을 날아 지나가던 둘기가 흠칫, 하고는 '아니 니가 그 유명한!' 이러고 멀리 돌아가는 게 눈에 보일 지경이었다. 아주 대단했다.
나는 벨라를 씻기고 말리고 털갈이를 맞이해 샅샅이 빗기느라 파김치가 된 몸으로, 엔언니의 글을 검색했다. 나도 모르게 그래도 우리 벨라는 땅파서 묻지 않았잖아, 라는 말이 나왔다. 눈알에 흙이 묻은 참새를 파내는 엔언니의 심경은 느껴보지 못한 것이 다행인지, 아쉬움인지 나도 모를 한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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