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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Diary 2010/04/23 14:40문어견
"여어."
벨라는 그렇게 누워있었다. 나는 몹시 상처를 받았노라, 이 상처는 온몸을 바쳐 놀아주지 않으면 평생 낫지 않으리라, 놈은 돌아누운 등으로, 지그시 문 제 앞발로 말없이 표현하고 있었다. 내가 쿡쿡 찌르며 그러지 마라고 달래보았지만 놈은 좀처럼 입에서 앞발을 뺄 줄을 몰랐다.
"내가 외롭고 서글퍼 물고있는 건 절대 아니다. 오해하지 마라. 뭐 둘째한테 엄마의 애정을 빼앗긴 아이들이 자기 엄지를 줄줄 빨며 치맛자락을 붙들고 늘어진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난 자란 훌륭한 성년의 강아지이므로 그런 행동은 결단코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내 아이팟 터치를 흘긋 쳐다보며 내가 맨날 조막만한 기기 하나를 붙들고 이리저리 뒹굴며 노닥거리느라, 집에 오면 필수 코스로 거쳐야 할 '고무공 던지기', '숨바꼭질', '접신놀이' 등등을 해주지 않아 자기가 이러고 누워있는 건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아, 그런가? 그럼 난 이제 그만 취침하겠다. 아아, 오늘도 개같이 일하고 왔더니 피곤함이 이루 말할 수 없군."
나는 그렇게 말하며 이불을 덮어쓰고 누워선, 잔뜩 실망한 놈의 얼굴을 보며 킬킬대고 웃었다. 놀리는 재미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그렇게 뽁뽁이니 공과 백호인형을 꺼내 한 5분이나 놀아줬을까,
"스탑- 그 정도면 됐다. 아주 충분하다."
벨라는 그렇게 말하듯이 내게 입술을 들이대고 무작정 뽀뽀질을 해대더니 의기양양하게 작은언니한테 달려가 간식을 받아먹었다. 난 갖고놀다만 백호인형을 손에 든 채로, 내 옆에 앉아 육포를 맛나게 뜯는 벨라를 흘겨봤다.
"난 원래 간식같은 거 잘 안먹는데 작은언니가 셋째언니랑 놀아줬다고 착하다고 줘서 할 수 없이 먹는거야, 응? 오해하지마."
시침을 뚝 떼고 양갈비를 먹는 놈을 노려보고 있으려니, 가만, 지 앞발을 물고 있을 때면 언니들이 '얼마나 먹을 게 없으면 지 앞발이라도 뜯어먹겠다고 저러고 물고 있을까' 싶어 간식줬던 게 떠오르지 뭔가. 이것도 학습효과로 익힌 저놈의 스킬인가 싶어 두려움에 떨며 쳐다보았다. 점점 진화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문어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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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Diary 2010/03/12 15:31벨라와 함께 하는 퇴근 세레모니
퇴근해 집으로 돌아가 벨을 누르면 우다다다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탱크의 캐터필터 소음 또는 사이버포뮬러 3단 드리프트의 굉음 정도로 비유될 만한 놈의 질주를 배경음악으로 문을 열면, 현관 앞에 서서 꼬리를 치며 빙글빙글 도는 환영 세레모니를 펼치는 벨라를 만난다.
"여어- 왔나? 맛난 것은 아니 사왔나?"
가방을 내려놓느라 허리를 굽힌 내게 달려들어 볼따구를 쓱쓱 두어번 정도 핥아준 뒤에는 또 냅다 동생 방의 침대 위로 뛰어올라간다. 까만 눈알을 반짝이며 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다. 나는 태연자약하게 거실에서 목도리를 벗는다. 거실에 설치된 행거에 목도리를 걸면, 두두두두두두두- 달려가서 벨라의 얼굴에 뽀뽀를 쪽하고 거실로 돌아온다. 벨라는 꼬리를 흔들며 내 뽀뽀를 받고는 또 얌전하니 자리에 앉아서 기다린다. 그럼 나는 또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놓고, 두다다다다다다- 달려가서 벨라를 붙들고 뽀뽀를 쪽쪽하고 되돌아온다. 이하 반복이다. 원피스를 벗고 달려가서 쪽쪽쪽쪽. 이너웨어원피스를 벗고 우워웡 달려가서 쪽쪽쪽쪽쪽. 벨라는 좋아 죽겠다고 눈을 반짝이며 내 뽀뽀를 기다린다. 내가 옷을 벗는 동안 편하게 퍼져앉아있다가도, 방문을 넘어서자마자 똑바로 앉아서는 고개를 쳐들고 뽀뽀하라는 듯이 주둥이를 들이민다.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그제서야 침대에서 뛰쳐나와 내 무릎으로 기어올라 앉아선 보답이라는 듯이 볼따구며 입술이며 어디랄 것도 없이 낼름낼름 핥아준다.
여기까지가 퇴근 세레모니. 그런데 요 세레모니는 나와 벨라만의 것이다. 큰언니와의 세레모니는 또 다르다. 큰언니는 유니폼을 입고 출퇴근하기 때문에 벨라 털이 묻을까봐 바로 안아주지 않는다. 그걸 아는 벨라는 언니가 돌아오면 뒷발로 일어서서 잠깐 눈맞추기를 한 다음에 착하게 앉아 언니가 옷을 벗기를 기다린다. 일단 벗기만 하면 그담은 무조건 들이대서 무릎 위에 앉고 본다. 매번 속옷차림으로 벨라를 끌어안고 뽀뽀 세례를 퍼부어야 하는 큰언니는 "옷 좀 입자 옷 좀!" 하고 소리지르지면, 한번도 벨라를 밀어낸 적이 없다.
"하지만 그것들은 다들 간식을 바라고 노리는 수작이지."
"난 간식 안줘도 항상 하는 걸."
간식 배급 담당자 큰언니의 엄한 꾸짖음에 내가 대꾸하면 '넌 놀아주니까.' 하고 답이 잇따른다. 어찌됐든 귀여운 세레모니는 오늘도 내일도 계속될 예정이다. 오늘도 뽀뽀받으러 퇴근한다. 이쁜 딸자식 키워 마중나오면 꼭 이런 느낌일까 싶기도 하고. 우리 귀여운 강아지. 이뻐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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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Diary 2009/11/09 15:29드러눕기 신공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가 다시 따뜻해졌다. 더 추워지기 전에 벨라 산책을 시켜줘야 할 것 같아서, 퇴근하자마자 벨라 가방을 열어서 겨울옷을 찾았다. 옥색 토끼옷을 입히고 싶은 마음에 분홍색 패딩옷을 찾고도 한참 가방을 뒤지고 있는데, 내가 겨울옷을 가방에서 꺼내자마자 산책갈 거라는 걸 귀신같이 알아챈 놈이 작은언니 배를 걷어차고 뛰어오는 바람에 놈의 재촉에 시달리다 못해 그냥 패딩옷을 입히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러고 나와봤더니 패딩옷 입히기엔 날씨가 좀 덥더라. (...) 벗길까 말까 고민하다 고양이도 신종플루 걸린다는데 개도 건강조심해야지, 하고 감기대비용으로 입히고 파삭파삭 일부러 낙엽깔린 길을 소리내어 밟으며 나름 가을밤길을 즐기고 있었다. 찌르르 풀벌레소리 좋고, 사람도 없고 조명도 좋고 풍류가 있구나, 느긋하게 부채를 흔들어가며 길을 걷고 있으나 주인과 개의 마음이 각기 달랐으니 벨라는 구역 확인 및 사회활동 중이셨던 거다.
오늘 내 구역에 새로 등장한 잡놈은 없는가, 내 영토는 오늘도 무사안전한가? 나보다 덩치가 클만한 냄새는 없는가? 열심히 코를 처박고 킁킁대며 구역 순찰 및 도장 남기기에 여념이 없던 벨라는, 느긋느긋 양반걸음으로 걷는 주인이 몹시 방해가 되었고, 좀 더 면밀한 냄새 탐구가 필요한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얼른 가자며 보채는 주인이 몹시 원망스러웠다. 저 작자는 지금 내가 구역 순찰중인 것을 보고도 모르는가? 눈구멍은 뚫려있으되 눈알은 빠져있는가! 벤치 아래며 큰 나무 밑마다 심도있는 관찰 및 수집을 해야하건만 이 냄새가 옆집 요크셔테리어인지 아랫집 진돌이인지 구분안가 내 구역에서 꺼지라는 협박을 남겨야 할 지 친하게 지내자는 편지를 남겨야 할 지 종잡을 수 없는 이 판국에 지금 내 목줄을 죽어라 잡아당기면 어떡하잔 말인가!?
놈은 힘싸움에 못이겨 종종걸음으로 따라오며 애틋한 눈으로 벤치 밑을 쳐다보고 또 짜증나 죽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곤 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싱글싱글 웃으며 '산책 나오니까 좋지?' 하고 애한테 말을 걸고 있었고 말이다. 그러다 또 한번 모퉁이가 나오고 벤치가 있으며 강아지들이 영역 표시를 하는 그 장소가 나타났을 때, 나는 문득 줄이 유난히 겁나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벨라가 또 뻗디디며 서있나 싶어 계속 끌고 걸으면서 뒤를 돌아봤다가 그 자리에서 꼬꾸라질 뻔 했다.
벨라가 얼마나 그 자리에 멈춰서고 싶었는지 벌러덩 드러누워선 고개만 벤치쪽으로 돌리고 그대로 질질 끌려오고 있었던 거다. (...) 패딩점퍼는 질질 끌려서 흙먼지 다 묻었지, 내가 헉! 하고 놀라서 다가가자마자 벨라는 벌떡 일어나서 벤치 아래 클로버에 얼굴을 아예 갖다 파묻고 냄새 맡기에 여념이 없지, 뒤에서 따라오던 운동 중인 아줌마들은 '어떻게 개가 넘어진 것도 모르고 끌고 가냐'며 웃지.. 하아, 그 뒤로는 벨라가 멈춰서고 싶다 그럼 군말없이 멈.... 춰 주진 않았다. 벨라한테 질 순 없으니까. 난 너보다 우위에 있다, 이 말이심. 너한테 져줄 순 없으심. 하아, 이러니까 뭐 안사준다고 마트 바닥에 드러눕는 미운 일곱살과 못사준다고 버리고 가는 엄마의 포스가 내게서 느껴져. 그치만 그것이 사실이긴 하지. 그건 못 사준다 vs 이대론 못 간다.
여튼 그래서 종국엔 길바닥에 드러누워 이대론 못간다고 시위를 하는 벨라를 안아 집으로 돌아와 작은언니한테 조잘조잘 보고했더니, 넌 왜 벨라님의 사회활동을 방해해서 명망을 실추시키느냐 비난을 듣고 말이다. (...) 내가 다신 널 데리고 산책 갈 줄 아느냐 차갑게 쏘아붙여봣지만, 놈은 그냥 말없이 치석제거용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피식 웃을 뿐이었다. 벨라와 나는 요즘 이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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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Diary 2009/10/08 16:00즉석 맞선
월요일, 벨라를 데리고 우체국에 택배를 보내고 돌아오다가 고분에서 목줄을 풀어줬다. 킁킁킁, 신이 나서 냄새를 맡으며 탐색하는 벨라를 쳐다보면서 '좋냐? 좋아? 엉? 좋아 이놈아?' 하고 혀를 차고 있는데, 문득 등뒤에서 시선이 느껴져서 휙 돌아봤다. 아니나다를까, 스피츠 한 마리와 나이 지긋하신 아저씨가 쳐다보고 계셨다.
당연히 냉큼 뛰어가버리는 벨라를 쫓아서, 내려뒀던 가방을 들고 다가갔더니 둘이서 냄새를 맡느라 빙글빙글 돌며 난리가 났다. 스피츠를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인데, 사진으로 보는 것과 조금 다르다 싶어서 은근슬쩍 물었더니 역시나 믹스라고.
"너무 귀여워요! 만져봐도 되요?"
"그럼!"
"이름이······, 앜ㅋㅋㅋㅋㅋ 얘 이름이 상규예요?"
"그럼!"
아저씨가 아들만 둘인데 큰아들 이름이 희규, 작은아들 이름이 진규, 그래서 얘 이름은 규자 돌림으로 상규라고 지으셨대. 아들 둘 다 군대 보내고 나서 데리고 온 녀석이라 이제 두 살도 채 못됐다고.
"아직 장가도 못간 총각이다. 야는 계집애가?"
"네, 여자애에요. 벨라가 나이가 많으니까 누나라고 불러야겠네요."
누나라고 불러라? 하고 으핫핫핫 웃고 있는데 갑자기 상규가 벨라를 올라타려 들었음! 깜짝 놀라서 외마디 소리를 지르려는데 친하게 냄새맡고 킁킁대던 벨라가 갑자기 성질을 버럭내며 '어디 임마!' 하듯이 "크왕앙!" 하고 짖으며 물려고 하는 바람에 상규가 놀라서 떨어졌다! 상규가 떨어지자마자 벨라가 달려와서 앵기고, '어머, 죄송해요;' 하고 사과하니 괜찮다고, 원래 여자가 싫다면 안되는 거야! 하고 껄껄 웃으시더니 가자 상규야! 하고 아쉬워하는 상규의 목줄을 끌고 멀어져가셨다.
"잘가렴, 어쩌면 벨라 신랑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상규야!"
나는 안들리게 작게 중얼거리고는 곧 배를 잡고 웃다가, 초롱초롱 올려다보는 벨라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런저런일이 있었네, 언니들에게 보고하자마자 "잘생겼드나?" 하고 물어오는 것이 갑자기 동생이 남자친구생겼다고 보고하자마자 "잘생겼나?" 하고 묻던 그 때가 생각나서 또 우스웠다.
그래서, 아직 벨라는 시집 못 갔네용. 이제 12월이면 3살이 될텐데! (음, 그리고 중성화 수술은 좀더 고민을 해보고 ㅠ 2세 계획도 이사가기 전까진 고민을 해보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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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투정 (0) | 2009/07/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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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Diary 2009/09/18 17:06벨라는 산책하고 싶어요
벨라를 데리고 산책나가면, 유독 나한테 불평불만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여자라 만만하니까 그러는 건지, 아니면 쌓인 불만을 털어낼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눈에 띄니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공원에 들어서는 초입부터 그리 크지도 않은 공원을 한바퀴 돌면 하루에 한 명은 기본이요, 심한 경우엔 세 명이 날 둘러싸고 성토;한 적도 있었다.
첫 예방접종을 끝내고부터 3년 넘게 꾸준하게 다닌 공원이었지만, 몇몇 양식없는 사람들이 일을 저질러도 비난은 같이 다 받아서 아무리 꼬박꼬박 배변봉투 들고 다녀도 일단 의심의 눈초리를 먼저 받는다. 집에 가서 가방 내려놓고 배변봉투를 주머니에 넣고 휴대폰만 달랑 들고 나갔더니, 배변봉투도 안들고선 자기 생각밖에 할 줄 모르는 년이라는 소리를 들어서 주머니에서 배변봉투 꺼내서 들고 왔다고 보여줬는데도, 미안하단 말 한마디 듣지 못한 게 분해서 울면서도 꿋꿋하게 한 바퀴 다 돌고 집으로 왔던 적도 있고.
예전엔 그런 적이 없었다. 믹스견을 키우는 우리 아파트 3층 할머니와 아파트 입구에서 마주쳤을 때, 새로 이사온 세대에서 중대형견을 키우는 모양인데 엘리베이터 앞과 아파트 현관에 그대로 방치하고 가는 걸 몇번이나 봤다면서 지적해도 듣는 시늉도 안하더라면서 둘이서 아주 이글이글했었다. 둘이서 이야기하고 있으려니 지나가던 아파트 단지 거주하시는 시츄키우는 아저씨도 끼어들어서 투덜투덜. 그 아저씨나 할머니나 나나 억울한 건 매한가지다. 지금까지 잘해왔는데! 왜 우리가 비난을 들어야 하나! 도대체 누구냐! 맨몸으로 달랑 와서 싸고 가면 다냐!
마주치기 싫은 마음에 집에 틀어박혀 두문불출하다보니 정작 정말로 억울한 건 벨라다. 산책가잔 이야기를 들으면 귀가 쫑긋하고 꼬리가 반색해서 치켜올라가는 녀석인데, 아무도 산책가자고 해주는 사람이 없어 베란다를 쳐다보며 쓸쓸하게 턱을 괴고 엎드려 지낸다. 새로운 노선을 개척하겠다고 해반천을 걸을까 했더니, 해반천 도보는 수풀이 우거져 있어 아예 작정하고 방치하고 가는 사람이 더 많대.
오늘은 학교 운동장에라도 데리고 가서 달리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가는 길에라도 부딪히면 어쩌나 괜히 잘못한 것도 없는 - 솔직히 같은 애견인이라고 싸잡아 비난당하고 싶지는 않은걸! - 내 마음이 벌써부터 쿵쿵 뛴다. 얄미운 것들만 자꾸 생각나서 싫다. 기분좋은 것만 생각하고 싶은 가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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